TV 리모콘 틈새 세균, 온 가족이 돌려 쓰는 바통

TV 리모콘 틈새 세균, 온 가족이 돌려 쓰는 세균 바통? 오늘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난 시간, 직장인들의 필수품인 키보드와 마우스의 위생 상태를 점검해 봤습니다. 혹시 사무실 책상에 젤리 클리너 한번 굴려보셨나요? 묻어 나오는 먼지를 보며 경악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사무실을 떠나, 온 가족이 모이는 거실로 가보겠습니다. 소파 테이블 위에 무심하게 놓여 있는 ‘TV 리모컨’을 한번 들어보세요.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채널을 돌리고 볼륨을 조절하기 위해 리모컨을 누릅니다. 그런데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이 리모컨, 마지막으로 닦은 게 언제인가요?”

아마 기억조차 나지 않으실 겁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리모컨은 고장이 나거나 건전지가 다 닳을 때까지 단 한 번도 청소되지 않습니다.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가정 내에서 가장 세균이 많이 검출된 물건 중 하나가 바로 리모컨이었습니다. 특히 감기 바이러스나 장염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가 가장 오랫동안 생존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온 가족의 손을 거치며 ‘세균 바통’ 역할을 하고 있는 리모컨 고무 버튼 사이의 검은 찌꺼기를 바이오(Bio)의 시선으로 파헤쳐 보겠습니다.

리모컨은 ‘교차 오염’의 결정체다

스마트폰은 ‘개인’ 물건입니다. 내 세균만 묻어 있죠. 하지만 리모컨은 ‘공용’ 물건입니다. 이것이 리모컨이 스마트폰보다 위험한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상황을 한번 시뮬레이션해 볼까요?

  1. 아빠가 퇴근 후 씻지 않은 손으로(혹은 발가락 사이를 긁은 손으로) 리모컨을 잡아 채널을 돌립니다. (무좀균, 포도상구균 부착)
  2.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과자를 집어 먹던 끈적한 손으로 그 리모컨을 만져 유튜브를 틉니다. (타액, 당분 부착)
  3. 엄마가 과일을 깎아와서 그 리모컨을 만지고, 다시 과일을 집어 가족 입에 넣어줍니다.

이 과정에서 리모컨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가진 세균을 서로에게 전달하는 ‘매개체(Vector)’가 됩니다. 누군가 감기에 걸렸는데 며칠 뒤 온 가족이 감기에 걸렸다면? 공기 전파도 있겠지만, 이 리모컨을 통해 바이러스가 배달되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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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 버튼 틈새, ‘검은 기름때’의 정체

리모컨을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말랑말랑한 고무 버튼과 플라스틱 케이스 사이의 미세한 틈. 그곳에 껴있는 검고 끈적한 물질이 보이시나요? 이쑤시개로 긁어내면 마치 국수처럼 밀려 나오는 그것 말입니다.

단순한 먼지가 아닙니다. 이것은 바이오필름(Biofilm)의 일종으로, 성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손에서 나온 기름(피지) + 각질(단백질) + 과자 부스러기 + 공기 중 먼지]

이것들이 수년 동안 층층이 쌓이고 뭉쳐서 만들어진 ‘고농축 세균 덩어리’입니다. 이 찌꺼기는 기름기를 머금고 있어서 세균이 말라죽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고무 재질은 표면에 미세한 구멍이 많아(다공성), 세균이 숨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리모컨 버튼을 꾹꾹 누르면서, 손가락 끝에 이 검은 세균 덩어리를 묻히고 있는 셈입니다.

병원에서도 가장 경계하는 리모콘

병원 감염 관리실에서 가장 예의주시하는 물품 중 하나가 바로 병실의 TV 리모컨입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병원 리모컨이 ‘슈퍼 박테리아’의 전파 경로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환자들이 화장실을 다녀온 손으로 만지고, 의료진이 만지고, 보호자가 만지면서 균을 옮기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정집은 병원만큼 위험하진 않겠지만, 원리는 똑같습니다. 밖에서 묻혀온 온갖 잡균들이 리모컨 위에서 정모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 플라스틱 표면에서 최대 3일 이상 생존한다고 알려져 있죠. 리모컨 소독 없이는 손 씻기의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과학적인 리모콘 ‘묵은 때’ 벗기기

물에 담가서 팍팍 씻고 싶지만, 전자제품이라 그럴 수 없죠. 고장 내지 않고 틈새의 세균까지 박멸하는 안전한 청소법 3단계를 알려드립니다.

  • STEP 1. 건전지 분리 (안전 제일) 청소 중에 버튼이 눌려 오작동하거나, 액체가 스며들어 합선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반드시 건전지부터 빼세요.
  • STEP 2. 알코올과 면봉의 콜라보 물티슈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수분 때문에 오히려 곰팡이를 키울 수 있고, 기름때는 물로 잘 안 지워집니다. 약국용 소독용 에탄올을 준비하세요.

화장솜이나 마른 천에 에탄올을 묻혀 전체적으로 닦아 유분기를 제거합니다.

면봉에 에탄올을 충분히 적신 뒤, 버튼 사이사이 틈새를 꼼꼼하게 닦아냅니다. 면봉이 시커멓게 변하는 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틈새가 너무 좁다면 이쑤시개 끝에 물티슈를 얇게 감아서 긁어내세요. 굳어버린 검은 때를 파내는 데는 이쑤시개가 최고입니다.

  • STEP 3. 실리콘 커버 씌우기 (원천 봉쇄) 청소가 귀찮다면 예방이 최고입니다. 다이소에서 파는 리모컨용 실리콘 커버나, 열을 가하면 수축하는 리모컨 비닐을 씌우세요. 커버를 씌우면 버튼 틈새로 먼지와 기름이 들어가는 것을 100% 막을 수 있습니다. 더러워지면 커버만 벗겨서 물로 씻으면 되니 위생 관리가 훨씬 쉬워집니다.
  • STEP 4. 랩(Wrap) 활용법 당장 커버가 없다면 주방용 비닐 랩으로 리모컨을 두세 번 감아주세요. 보기엔 좀 그렇지만, 위생 면에서는 병원에서도 사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식탁 위 리모컨, 절대 금지

많은 가정에서 식사할 때 TV를 보려고 식탁 위에 리모컨을 올려둡니다. 이것은 위생학적으로 최악의 습관입니다.

식탁에는 음식이 있습니다. 리모컨에 묻어있던 먼지와 세균이 음식 위로 떨어질 수도 있고, 밥 먹던 손으로 리모컨을 만지면 음식물 양념이 리모컨에 묻어 세균 번식을 가속화합니다.

리모컨은 지정된 장소(소파 테이블, 거실장 등)에만 두고, 식탁으로는 가져오지 않는 규칙을 정하세요. 이것만 지켜도 교차 오염의 절반은 줄일 수 있습니다.

글을 마치며

우리는 아이들에게 “밖에 나갔다 오면 손 씻어라”라고 잔소리를 합니다. 하지만 정작 손을 씻고 나온 아이가 가장 먼저 만지는 것이, 1년 동안 한 번도 닦지 않은 ‘세균 막대기’ 리모컨이라면 어떨까요?

오늘 저녁, 드라마를 보기 전 잠시 시간을 내어보세요. 알코올 솜이나 면봉으로 리모컨 버튼 사이를 닦아보세요. 면봉에 묻어 나오는 검은 때를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당신은 다시는 청소를 미루지 않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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