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매일 쓰는 키보드와 마우스의 위생, 가장 가까운 곳부터 청결하게 해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은 다시 실내로, 특히 사무실과 서재로 들어와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하루 종일 손가락을 두드리고, 손바닥을 비비고 있는 그곳. ‘키보드와 마우스‘입니다.
직장인이라면 하루 최소 8시간 이상, 게이머라면 퇴근 후 잠들기 전까지 만지는 물건이죠. 그런데 혹시, 키보드를 뒤집어서 탈탈 털어본 적이 언제인가요? 기억이 잘 안 나신다면, 지금 여러분의 손가락 끝은 ‘세균 배양 접시’ 위를 춤추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호주의 한 청소 업체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인 사무실 키보드에서 검출된 세균 수치는 화장실 변기 시트보다 적게는 400배, 많게는 20,000배(이만 배) 이상 높게 나왔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더러운 걸까요? 오늘은 타닥타닥 경쾌한 타건음 속에 묻힌, 끈적하고 불쾌한 키보드 속 생태계를 바이오(Bio)의 눈으로 해부해 보겠습니다.
키보드 세균과 위생
키보드가 변기보다 더러울 수밖에 없는 과학적인 이유는 명확합니다. 세균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3요소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① 하늘에서 내리는 눈
‘각질과 비듬’ 우리가 모니터를 보며 머리를 긁적일 때, 혹은 타이핑을 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피부 각질과 비듬이 키보드 위로 떨어집니다. 키캡 사이의 틈은 이 유기물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두는 감옥 역할을 합니다. 사람의 각질은 세균과 집먼지진드기에게는 최고의 단백질 공급원입니다.
② 음식물 쓰레기의 함정
‘음식물 찌꺼기’ 컴퓨터 하면서 샌드위치 드시죠? 과자도 집어 먹고, 커피도 마십니다. 아무리 조심해도 빵가루, 과자 부스러기, 미세한 설탕 입자는 튀어서 키보드 틈새로 들어갑니다.
이렇게 쌓인 탄수화물과 당분은 곰팡이와 세균을 폭발적으로 증식시키는 촉매제가 됩니다. 몇 달 된 과자 부스러기가 따뜻한 컴퓨터 열기를 만나 썩어가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③ 따뜻한 온도의 위험
‘전자기기 발열’ 컴퓨터와 키보드, 마우스에는 전류가 흐릅니다. 미세하지만 열이 발생하죠. 이 온기는 세균이 번식하기에 아주 아늑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먹이도 많고 따뜻하기까지 하니, 그야말로 세균들의 낙원입니다.
키보드 마우스 위생
“더러워봤자 먼지겠지”라고 생각하시나요? 키보드와 마우스에서 검출되는 균들은 생각보다 훨씬 위험합니다.
① 황색포도상구균 (Staphylococcus aureus)
피부 상재균이지만, 상처 부위에 닿으면 심각한 감염을 일으킵니다. 손가락에 거스러미가 있거나 종이에 베였을 때 키보드를 치면, 상처가 덧나거나 붓는 이유가 바로 이 균 때문입니다.
② 바실러스 세레우스 (Bacillus cereus)
주로 상한 음식이나 탄수화물 찌꺼기에서 발견되는 식중독균입니다. 키보드 틈새에 낀 과자 부스러기가 오래되면 이 균이 번식합니다. 원인 모를 복통과 설사? 점심 메뉴가 아니라 당신의 키보드가 원인일 수 있습니다.
③ 대장균 (E. coli) 충격적이지만 사실입니다.
화장실 다녀와서 손을 제대로 씻지 않고 바로 마우스를 잡는 습관 때문에, 사무실 마우스 휠에서는 대장균이 빈번하게 검출됩니다. 말 그대로 ‘똥 묻은 손’으로 클릭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마우스 위생
키보드보다 더 심각한 것이 마우스일 수 있습니다. 키보드는 손가락 끝만 닿지만, 마우스는 손바닥 전체가 밀착되기 때문입니다.
‘손땀(수분)’ + ‘각질(단백질)’ + ‘먼지’가 섞이면 검고 끈적한 때가 생성됩니다. 마우스 좌우 버튼 사이의 틈새, 엄지손가락이 닿는 측면 고무 패드, 그리고 휠 주변을 자세히 보세요. 이쑤시개로 긁어내면 검은 찌꺼기가 국수처럼 밀려 나오는 걸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끈적한 바이오필름(Biofilm)은 일반적인 물티슈로 닦아도 잘 지워지지 않으며, 세균들이 외부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강력한 방패막 역할을 합니다.
키보드 마우스 청소법 (기계식 vs 일반)
그렇다면 이 세균 소굴을 어떻게 청소해야 할까요? 물에 담글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답답하시죠. 바이오와 IT를 모두 고려한 안전한 청소법을 알려드립니다.
① 뒤집고 털어라 (물리적 제거)
가장 원시적이지만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키보드 연결을 해제하고 뒤집어서 뒷면을 손바닥으로 ‘팡팡’ 쳐주세요.
② 젤리 클리너 (틈새 공략)
다이소에서 파는 1~2천 원짜리 액체 괴물 같은 ‘젤리 클리너(슬라임)’를 추천합니다. 키보드 위에 꾹꾹 눌러주면, 틈새 깊이 박힌 먼지와 각질이 젤리에 붙어서 나옵니다. 단, 너무 오래 문지르거나 젤리가 너무 묽으면 틈새에 껴서 고장의 원인이 되니 ‘꾹 누르고 떼는’ 방식으로 사용하세요.
③ 알코올 스왑의 생활화
스마트폰 편에서도 강조했던 알코올 스왑’입니다. 키캡 표면과 마우스 클릭 부위는 매일 닦아주는 게 좋습니다. 유분기와 세균을 동시에 잡을 수 있습니다.
(주의: ABS 재질의 저가형 키캡이나 고무 코팅된 마우스는 알코올에 녹아 끈적해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엔 물티슈로 닦고 마른 천으로 마무리하세요. PBT 키캡은 알코올에 안전합니다.)
사무실 책상에서의 ‘취식 금지’
청소보다 더 중요한 예방법이 있습니다. 제발 컴퓨터 앞에서 과자나 빵을 드시지 마세요.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것을 100% 막을 수는 없습니다. 정 배가 고프다면 몸을 돌려서 먹거나, 아예 휴게실에서 드시는 게 좋습니다.
음식물 찌꺼기만 없어도 키보드 속 세균의 증식 속도는 현저히 줄어듭니다. 영양 공급을 끊어버리는 것이죠.
마무리 : 평소에 잘 닦아주자
우리는 컴퓨터가 느려지면 바이러스 검사를 하고 포맷을 합니다. 소프트웨어적인 바이러스에는 그토록 민감하면서, 정작 내 손가락을 공격하는 물리적인 바이러스(세균)에는 너무나 관대합니다.
지금 이 글을 다 읽으셨다면, 모니터 앞의 키보드를 들어 뒤집어 보세요. 그리고 가볍게 흔들어 보세요. 그곳에서 떨어지는 정체불명의 가루들이 바로 당신이 키워온 세균들의 식량입니다.
오늘 퇴근 전, 물티슈 한 장 뽑아서 마우스와 키보드를 닦아주는 1분의 투자가 여러분의 건강을 지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