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슬리퍼 바닥 곰팡이, 놓치기 쉬운 집 위생

오늘 다룰 내용은 욕실 슬리퍼 곰팡이 입니다. 샤워하고 깨끗해진 발로 신지만, 정작 그 슬리퍼는 화장실에서 가장 더러운 물건일 수 있는데요. 오늘 제대로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시간, 입 냄새의 원인인 편도결석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목 가글, 습관이 되셨나요?

오늘은 다시 욕실 바닥으로 시선을 내려보겠습니다. 샤워를 하러 들어갈 때, 혹은 볼일을 보러 갈 때 무심코 신는 ‘욕실 슬리퍼’입니다.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슬리퍼를 신었는데 발바닥에 ‘차갑고 축축한’ 느낌이 들어서 불쾌했던 적. 슬리퍼 안쪽이나 바닥에 낀 거뭇거뭇한 때를 보고 “나중에 씻어야지” 하고 미뤄둔 적. 심지어 슬리퍼를 신다가 미끌거려서 넘어질 뻔한 적.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세균 배양 접시 위에 맨발을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발을 깨끗이 씻고 나오지만, 그 발을 감싸는 슬리퍼 속에는 수억 마리의 곰팡이와 무좀균이 득실거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늘 젖어 있어 위생의 사각지대가 된 욕실화 속 미생물 생태계를 적나라하게 해부해 보겠습니다.

욕실화는 곰팡이의 ‘지상 낙원’

욕실 슬리퍼가 더러워질 수밖에 없는 과학적인 이유는 명확합니다. 곰팡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3박자가 화장실 안에서 완벽하게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① 마르지 않는 수분

욕실화는 하루 중 90% 이상의 시간 동안 젖어 있습니다. 샤워 후 튄 물기, 바닥에 고인 물기가 슬리퍼 틈새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곰팡이는 습도가 70%만 넘어도 번식하는데, 욕실화 내부는 습도 100%의 열대우림과 같습니다.

② 끊임없는 영양 공급

곰팡이는 뭘 먹고 살까요? 바로 여러분의 ‘각질’입니다. 맨발로 슬리퍼를 신을 때마다 발바닥에서 미세한 각질이 떨어져 나옵니다. 물에 불은 각질은 곰팡이에게 최고의 영양식(단백질)입니다. 여기에 샴푸 찌꺼기, 비누 거품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진수성찬이 차려집니다.

③ 복잡한 구조

대부분의 욕실화는 미끄럼 방지를 위해 바닥에 홈이 파여 있거나, 물 빠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습니다. 이 복잡한 구조는 물때와 곰팡이가 숨기에 아주 좋은 벙커 역할을 합니다. 솔로 문질러도 구석진 곳의 때는 잘 빠지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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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 슬리퍼에 사는 불청객들

“그냥 물때 아니야?”라고 생각하신다면 오산입니다. 욕실화에서 검출되는 균들은 우리 피부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합니다.

① 무좀균

가장 흔하고 끈질긴 녀석입니다. 가족 중 한 명이라도 무좀이 있다면, 공용 욕실화는 100% 무좀균에 감염되어 있다고 봐야 합니다. 발을 아무리 깨끗이 씻고 약을 발라도 무좀이 안 낫는다면? 범인은 매일 신는 그 슬리퍼일 확률이 높습니다.

② 분홍색 물때

슬리퍼 바닥이나 구석에 끼는 미끌미끌한 분홍색(핑크색) 얼룩, 보신 적 있죠? 이건 곰팡이가 아니라 주로 비누 찌꺼기를 먹고 자라며, 상처가 난 피부에 닿으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감염균입니다.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지만, 위생적으로도 경고 신호입니다.

③ 검은 곰팡이

슬리퍼 안쪽 발등이 닿는 부분이나 바닥 홈에 까맣게 핀 곰팡이입니다. 이 곰팡이의 포자가 공기 중에 날리면 호흡기 알레르기나 천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샤워하면서 깊게 숨을 쉴 때 이 포자를 들이마시는 셈입니다.

욕실화 미끄러짐 사고의 원인

욕실에서 넘어지는 사고는 매우 위험합니다. 뇌진탕이나 골절로 이어질 수 있죠. 그런데 이 미끄러짐의 원인이 단순한 ‘물’이 아니라 ‘세균’ 때문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슬리퍼 바닥이 미끌거리는 것은 세균들이 뭉쳐서 만든 끈적한 점액질 막, 즉 ‘바이오필름(Biofilm)’ 때문입니다. 이 막은 마찰력을 없애버립니다. 마치 빙판 위를 걷는 것처럼 만들죠.

어르신이나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욕실화 바닥의 세균 막을 제거하는 것은 위생을 넘어 안전(Safety)을 위한 필수 조치입니다.

과학적인 욕실화 세척법 3단계

솔로 문질러도 잘 안 지워지는 곰팡이와 물때, 어떻게 해야 박멸할 수 있을까요? 바이오 원리를 이용한 세척법입니다.

STEP 1. 락스 희석액 (곰팡이의 천적)

곰팡이의 세포벽을 파괴하는 데는 ‘락스(차아염소산나트륨)’만한 게 없습니다. 대야에 찬물을 받고 락스를 종이컵 반 컵 정도 섞습니다. (환기 필수!) 욕실화를 푹 잠기게 넣고 30분~1시간 정도 담가둡니다. (누르개로 눌러주세요)

이 과정만으로도 검은 곰팡이와 분홍색 물때의 99%가 사라지고 하얗게 표백됩니다.

STEP 2. 틈새 솔질 (물리적 제거)

락스물에서 건진 슬리퍼를 칫솔이나 빳빳한 청소 솔로 문지릅니다. 불어있는 물때들이 쉽게 떨어져 나갑니다. 특히 발바닥이 닿는 안쪽과 바닥의 홈 부분을 집중 공략하세요.

STEP 3. ‘세워서’ 건조하기 (가장 중요)

세척보다 중요한 게 건조입니다. 대부분 욕실화를 그냥 바닥에 둡니다. 그러면 바닥면은 영원히 마르지 않습니다. 사용 후에는 반드시 벽에 세워두거나, 전용 거치대에 걸어서 물기가 빠지게 해야 합니다. 공기가 통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곰팡이 번식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욕실화 뭘 사야 할까?

새로 산다면 어떤 욕실화가 위생적일까요?

⭕ 추천: EVA 소재 + 구멍이 큰 것

EVA 소재는 물을 흡수하지 않고 가볍습니다. 그리고 물 빠짐 구멍이 큼직큼직하게 뚫려 있어야 통풍이 잘 되어 세균이 살기 어렵습니다. 디자인이 심플할수록(홈이 적을수록) 때가 덜 낍니다.

❌ 비추천: 털 달린 슬리퍼 / 천 소재 / 꽉 막힌 디자인

호텔식이라며 천으로 된 슬리퍼를 욕실에 두는 건 곰팡이를 키우겠다는 선언입니다. 꽉 막힌 디자인 역시 내부가 마르지 않아 발 냄새와 무좀의 원인이 됩니다.

💡 교체 주기: 1년

욕실화도 소모품입니다. 바닥이 닳아서 미끄럽거나, 락스로 청소해도 검은 얼룩이 지워지지 않는다면? 고무 조직 내부까지 곰팡이가 침투한 것입니다. 미련 없이 버리고 새것으로 교체하세요. 커피 두 잔 값이면 가족의 발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글을 마치며

우리는 얼굴 닦는 수건에는 예민하지만, 발 닦는 슬리퍼에는 너무나 관대합니다. 샤워를 마치고 깨끗해진 발을, 곰팡이가 득실거리는 슬리퍼에 다시 집어넣는 모순. 이제는 멈춰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 저녁, 샤워하러 들어가실 때 욕실화 바닥을 한번 뒤집어 보세요. 거뭇한 때와 미끌거리는 점액질이 느껴진다면, 이번 주말은 ‘욕실화 락스 목욕’을 시켜주는 날입니다.

가족의 뽀송뽀송한 발바닥을 위해, 그리고 욕실 안전을 위해 작은 관심을 기울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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