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에서 나는 쉰내, 세탁기 속 곰팡이가 문제일 수 있습니다.

빨래에서 나는 쉰내, 세탁기 속 곰팡이가 문제일 수 있습니다.




지난 시간, 우리는 매일 밤 얼굴을 비비는 베개가 ‘진드기의 아파트’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60도 온수 세탁과 건조기 사용, 실천하고 계신가요?

오늘은 그 ‘세탁’을 담당하는 기계, 세탁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여러분은 세탁기를 얼마나 신뢰하시나요? 세제 넣고, 섬유유연제 넣고, 버튼만 누르면 더러운 옷이 깨끗해져서 나온다고 믿으실 겁니다. 겉으로 보이는 세탁기 내부의 스테인리스 통은 언제나 반짝반짝 빛이 나니까요.

하지만 빨래를 다 돌리고 꺼냈는데, 옷에서 상쾌한 향기 대신 쿰쿰한 쉰내나 걸레 썩은 냄새가 난 적 없으신가요? 혹은 하얀 셔츠에 정체불명의 검은 김가루 같은 찌꺼기가 묻어 나온 적은 없나요?

만약 그렇다면, 죄송하지만 당신의 세탁기는 이미 ‘세탁(Washing)’ 기계가 아닙니다. 그것은 곰팡이와 세균을 배양해서 옷에 골고루 발라주는 ‘오염 기계’로 변질된 상태입니다.

오늘은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통 뒤편에 숨겨진 세탁조의 끔찍한 민낯을 고발합니다.

세탁기는 구조적으로 ‘썩을 수밖에’ 없다

먼저 세탁기의 구조를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가 문을 열고 보는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통을 ‘세탁조’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세탁조를 감싸고 있는 플라스틱 통을 수조라고 하죠.

문제는 바로 이 세탁조와 수조 사이의 틈입니다.

세탁기는 물을 회전시켜 때를 뺍니다. 그 과정에서 옷에서 떨어져 나온 먼지, 때, 그리고 녹지 않은 세제 찌꺼기들이 원심력에 의해 세탁조 바깥쪽으로 밀려나갑니다. 그리고 이 찌꺼기들은 세탁조와 수조 사이의 좁고 어두운 틈새에 차곡차곡 쌓이게 되죠.

이 공간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1. 청소가 불가능함: 분해하지 않는 이상 손이 닿지 않습니다.
  2. 항상 축축함: 물을 쓰는 기계라 습도가 100%입니다.
  3. 영양분이 풍부함: 세제 찌꺼기와 섬유 유연제의 기름기, 옷 때(단백질)가 섞여 완벽한 세균 먹이가 됩니다.

이곳에 쌓인 찌꺼기들은 시간이 지나면 끈적끈적한 점액질 형태로 변하는데, 이것이 바로 ‘바이오필름(물때)’입니다. 이 바이오필름 위로 곰팡이가 뿌리를 내리고 번식하면, 그때부터 여러분의 세탁기는 거대한 곰팡이 배양소가 되는 것입니다.

주방 수세미 세균의 진실

당신의 빨래 습관이 곰팡이를 키웠다 (3가지 실수)

“나는 비싼 세탁기 쓰는데?” “세제 좋은 거 쓰는데?” 아무리 좋은 기계를 써도, 잘못된 습관이 있다면 곰팡이는 100% 생깁니다. 혹시 아래 3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하시나요?

  • ① 세제와 유연제를 ‘듬뿍’ 넣는 습관

“많이 넣으면 더 깨끗해지고 향기도 좋겠지?” 절대 아닙니다. 세탁기가 헹굼 과정에서 씻어낼 수 있는 세제의 양은 한계가 있습니다.

적정량을 초과한 세제와 유연제는 물에 녹지 않고 그대로 세탁조 벽에 달라붙습니다. 특히 ‘고농축 섬유유연제’는 기름 코팅제입니다. 끈적한 유연제 성분이 세탁조 벽에 코팅되듯 발라지면, 그 위로 곰팡이 포자가 아주 쉽게 달라붙습니다. 곰팡이에게는 최고의 접착제이자 영양식이죠.

  • ② 찬물 세탁 고집

가스비나 전기세를 아끼려고, 혹은 옷감이 상할까 봐 항상 ‘찬물(냉수)’로만 세탁하시나요?

세제(계면활성제)와 동물성 기름(피지, 때)은 찬물에 잘 녹지 않습니다. 녹지 않은 찌꺼기는 고스란히 세탁조 뒤편에 남습니다. 온수를 한 번도 안 쓴 세탁기는 뜯어보면 100% 확률로 썩어 있습니다.

  • ③ 세탁 후 문 닫기

가장 최악의 습관입니다. 세탁기 안은 물기가 가득한데, 먼지 들어간다고 문을 닫아버리면 내부는 사우나가 됩니다. 곰팡이는 습도 70% 이상에서 폭발적으로 증식합니다.

문을 닫는 순간, 당신은 곰팡이들에게 “자, 이제 마음껏 번식해라”라고 파티장을 열어주는 꼴입니다.




빨래 쉰내의 정체, ‘마이코박테륨’

빨래를 했는데 걸레 썩은 냄새가 난다면, 단순히 ‘덜 말라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세탁조 곰팡이 막에서 떨어져 나온 세균들이 옷감에 달라붙어 배설물을 뿜어내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균이 바로 ‘마이코박테륨 아비움(Mycobacterium avium)’입니다. 이 균은 주로 흙이나 물에 사는데, 세탁기 내부의 눅눅한 환경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빨래 쉰내의 주범이자, 샤워기 헤드 물때의 원인이기도 하죠.

왜 위험하나면, 이 균은 호흡기를 통해 침투합니다.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나 노인, 기저질환자가 이 균에 오염된 옷을 입고 호흡하거나, 세탁기 문을 열 때 뿜어져 나오는 에어로졸을 들이마시면 ‘비결핵 항산균 폐질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증상은 기침, 가래, 피로감 등 결핵과 비슷하지만 전염성은 없습니다. 하지만 치료가 까다롭고 폐 건강을 갉아먹는 아주 지독한 녀석입니다.

이 외에도 흑곰팡이(Cladosporium)는 천식과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칸디다균(Candida)은 피부염을 일으킵니다. 냄새나는 빨래는 단순한 악취가 아니라, ‘세균 옷’을 입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세탁조 클리너? 식초? 베이킹소다? (오해와 진실)

“광고에 나오는 세탁조 클리너 한 포 넣으면 해결되나요?” “식초랑 베이킹소다 넣으면 된다던데?”

냉정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시중의 세탁조 클리너나 천연세제 요법은 가벼운 물때는 제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수년 동안 층층이 쌓여 돌처럼 굳어버린 찌꺼기와 곰팡이 막은 찬물에 가루 좀 넣고 돌린다고 절대 떨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설프게 청소했다가 곰팡이 막이 껍질처럼 벗겨지기 시작하면, 빨래할 때마다 검은 김가루가 끝도 없이 묻어 나오는 지옥을 맛보게 됩니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하거나 전문 업체를 통해 확실하게 해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청소보다 중요한 ‘예방 습관’

청소도 중요하지만 예방 습관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3가지만 잘 지켜도 충분히 예방을 할 수 있습니다.

  • 세제/유연제 정량 사용

제조사가 권장하는 양의 70%만 써도 충분히 깨끗해집니다. 유연제는 향기만 날 정도로 최소한만 쓰거나, 헹굼 단계에서 식초를 대신 사용하세요.

식초는 세제 찌꺼기를 중화시키고 살균 효과도 있습니다. 냄새는 날아가니 걱정 마세요.

  • 한 달에 한 번 ‘통살균’

요즘 세탁기에는 ‘통세척’이나 ‘무세제 통세척’ 코스가 있습니다. 세제 없이 그냥 돌려도 됩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뜨거운 물로 이 코스만 돌려줘도 곰팡이가 뿌리내릴 틈을 주지 않습니다.

  • 문 열어두기

세탁기 문과 세제 투입구는 365일 24시간 열어두세요. 내부가 바짝 마르면 곰팡이는 절대 살 수 없습니다. 이것이 가장 돈 안 들고 확실한 관리법입니다.

글을 마치며

독자 여러분, 지금 베란다로 가서 세탁기 문을 한번 열어보세요. 혹시 문 주변 고무 패킹 사이를 젖혀보셨나요? 그 사이에 낀 끈적한 회색 슬러지가 보인다면, 세탁조 뒷면은 그보다 100배 더 심각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깨끗한 옷을 입고 싶어서 돌리는 세탁기가, 오히려 우리 가족의 피부와 호흡기를 공격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주말에는 깔끔하게 청소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세탁기에서 썩은 내가 사라지는 순간, 여러분의 삶의 질도 함께 올라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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