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드름에 대한 고민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바디워시 때문은 아닐까라고 많이 들 생각하시는데요. 사실 바디워시 말고도 샤워볼이 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이 내용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여러분의 샤워 루틴을 점검해 보겠습니다. 혹시 얼굴 피부는 깨끗한데, 유독 등(등드름)이나 가슴(가드름)에 붉은 뾰루지가 올라와서 고민이신가요? 비싼 여드름 전용 바디워시로 바꾸고, 바디 브러쉬를 써봐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면…
범인은 화장품이 아닙니다. 지금 욕실 수전이나 선반 위에 덩그러니 걸려 있는, 물기를 머금고 축 늘어진 ‘샤워볼(샤워타월)’이 그 원흉일 확률이 99%입니다.
우리는 몸을 깨끗이 씻기 위해 거품을 냅니다. 하지만 바이오(Bio) 관점에서 보면, 관리가 안 된 샤워볼로 몸을 문지르는 행위는 “썩은 각질과 곰팡이 덩어리를 피부에 바르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오늘은 몸에 나는 여드름, 즉 ‘곰팡이성 모낭염’의 주범인 샤워볼의 위생 실태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파헤쳐 보겠습니다.

샤워볼: 각질과 곰팡이의 ‘올인원’ 하우스
샤워볼이나 샤워타월은 구조적으로 세균이 살기에 너무나 완벽한 환경입니다.
① 죽은 세포(각질)의 무덤
샤워볼의 거친 표면은 피부의 노폐물과 죽은 각질을 긁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문제는 씻고 난 뒤입니다. 물로 헹군다고 해도, 촘촘한 그물망(Mesh) 사이사이에 낀 미세한 각질들은 절대 빠지지 않습니다. 이 각질(단백질)은 시간이 지나면 부패하기 시작합니다. 세균들에게는 매일 리필되는 신선한 고기 반찬인 셈이죠.
② 마르지 않는 습기
대부분 샤워볼을 쓰고 나서 욕실 안에 그대로 걸어둡니다. 욕실은 항상 습하죠. 겹겹이 뭉쳐 있는 샤워볼 안쪽 깊은 곳은 다음 샤워할 때까지 절대 마르지 않습니다. [영양분(각질) + 수분 + 따뜻한 온도]. 이 공식, 이제 익숙하시죠? 바로 곰팡이 폭발의 공식입니다.
글로벌 위생 연구 저널(Journal of Clinical Microbiology)에 따르면, 사용 후 젖은 상태로 방치된 샤워볼에서는 하룻밤 사이에 세균이 수백만 배 증식한다고 합니다.
등드름의 진짜 원인
“여드름이 아니라 곰팡이라고요?” 네, 맞습니다. 몸에 나는 트러블은 얼굴 여드름과 원인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얼굴 여드름은 주로 ‘아크네 균(세균)’ 때문이지만, 등이나 가슴에 나는 좁쌀 같은 트러블은 ‘말라세지아(Malassezia)’라는 곰팡이(진균)가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곰팡이성 모낭염’이라고 부릅니다.
이 곰팡이는 고온 다습한 환경을 좋아합니다. 여러분이 곰팡이가 잔뜩 핀 샤워볼로 등을 문지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 거친 타월이 피부 표면에 미세한 상처(스크래치)를 냅니다.
- 그 상처 틈으로 샤워볼에 살던 곰팡이와 포도상구균이 침투합니다.
- 모공 속에서 염증을 일으키며 붉고 가려운 고름(모낭염)을 만듭니다.
- 깨끗해지려고 한 샤워가 오히려 곰팡이를 심는 파종 행위가 되는 것입니다.

샤워볼 가족 공유 금지! (무좀균의 이동)
더 끔찍한 상황은 샤워볼 하나를 온 가족이 같이 쓰는 경우입니다. 이것은 세균의 고속도로를 뚫어주는 것과 같습니다.
아빠의 발을 닦았던 샤워볼에는 무좀균이 묻어 있습니다.
그 샤워볼로 아이가 얼굴이나 몸을 닦으면? 무좀균이 아이의 피부로 옮겨갑니다.
엄마가 사타구니나 겨드랑이를 닦으면? 덥고 습한 부위에 곰팡이가 번식해 피부염(완선)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칫솔을 같이 쓰는 사람은 없는데, 왜 샤워볼은 같이 쓰시나요? 피부 질환을 공유하고 싶지 않다면, 샤워볼은 칫솔처럼 ‘1인 1개’가 철칙입니다.
과학적인 샤워볼 관리법 (버리는 게 답이다)
“그럼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요?” 삶거나 락스에 담그면 될까요? 안타깝게도 샤워볼은 얇은 플라스틱 합성 섬유라서 열에 약하고 화학 약품에 녹을 수 있습니다.
가장 현실적이고 안전한 관리법 3가지를 제안합니다.
① 사용 후 ‘탈수’와 ‘건조’
대충 헹궈서 걸어두지 마세요. 거품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흐르는 물에 빡빡 헹군 뒤, 손으로 쥐어짜서 물기를 최대한 제거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욕실 안이 아니라, 바람이 잘 통하는 베란다나 문고리에 걸어두세요. 바짝 말리는 것만이 곰팡이를 막는 유일한 길입니다.
② 두 달이 지났으면 ‘쓰레기통’으로
샤워볼의 수명은 생각보다 매우 짧습니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최대 2개월을 넘기지 말라고 권고합니다. 천 원, 이천 원 아끼려다 피부과 병원비로 수십만 원이 깨질 수 있습니다. 색깔이 좀 바랬거나, 그물망이 흐물거린다면? 미생물학적으로는 이미 ‘시한폭탄’입니다. 미련 없이 버리세요.
③ 천연 수세미(루파)의 함정
요즘 친환경이라고 해서 천연 수세미(Luffa) 많이 쓰시죠? 하지만 천연 섬유는 플라스틱보다 구멍이 더 많고 거칠어서 세균 번식이 훨씬 빠릅니다. 천연 제품을 쓴다면 관리에 더 독하게 신경 써야 합니다.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하다면 젖은 상태로 20초 정도 돌려주는 것도 좋은 살균법입니다.
손으로 씻는 게 제일 좋다?
사실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도구를 쓰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 몸의 피부는 생각보다 약합니다. 매일 때를 밀거나 거친 타월로 문지를 필요가 없습니다.
비누나 바디워시 거품을 손으로 내서 부드럽게 문지르는 것(Hand Wash)만으로도 오염 물질은 충분히 제거됩니다. 일주일에 1~2번만 스크럽 용도로 샤워볼을 쓰고, 평소에는 ‘맨손 샤워’를 해보세요. 등드름이 기적처럼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글을 마치며
우리는 ‘어떤 바디워시를 쓸까’에는 많은 고민을 하지만, ‘무엇으로 닦을까’에는 너무 무관심합니다.
오늘 욕실에 들어가시면, 샤워볼 냄새를 한번 맡아보세요. 혹시 퀴퀴한 쉰내가 나거나, 그물망 안쪽에 거뭇한 점들이 보인다면… 그건 때가 아닙니다. 당신의 피부를 노리는 곰팡이 군단입니다.
지금 당장 그 샤워볼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세요. 그리고 오늘 저녁은 맨손으로 부드럽게 샤워해 보세요. 그것이 진정한 피부 관리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