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세균 이야기, 당신이 먹는 얼음과 채소, 안전할까요?

냉장고는 세균을 죽이지 못합니다. 당신이 먹는 얼음과 채소, 안전할까요?




지난 시간, 샤워기 헤드 속 검은 물때 이야기, 기억하시나요? 샤워 전 1분 물 빼기, 잘 실천하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주방의 심장, ‘냉장고’ 문을 열어보겠습니다.

우리는 식재료를 사 오면 무조건 냉장고에 넣습니다. 남은 배달 음식도, 먹다 남은 우유도, 씻지 않은 과일도 일단 냉장고에 넣고 봅니다. 그러면 마음이 놓이죠. 차가운 냉기 속에서는 음식물이 상하지 않고, 세균도 다 얼어 죽을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거 아십니까? 미생물학자들은 “집안에서 가장 세균이 많은 곳 중 하나”로 화장실이 아니라 ‘냉장고 야채칸’을 지목합니다.

국제 위생 안전 기관인 NSF(National Sanitation Foundation)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냉장고 야채칸에서 검출된 세균 수치가 주방 싱크대보다 높았고, 심지어 곰팡이와 살모넬라균의 온상으로 밝혀졌습니다.

우리는 지금 신선 보관실이 아니라, ‘세균 배양실’에서 꺼낸 사과를 껍질째 씹어 먹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차가운 공기 속에 숨어 우리 가족의 위장을 노리는 ‘저온성 세균’의 실체와, 얼음틀 속에 핀 곰팡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냉장고가 차가우면 세균이 죽는다? (위험한 착각)

가장 큰 오해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냉장고의 온도(평균 2~5도)와 냉동실의 온도(영하 18도)는 세균을 ‘죽이는’ 온도가 아닙니다. 단지 세균의 활동을 ‘느리게’ 만들거나 ‘잠재우는’ 온도일 뿐입니다.

쉽게 말해, 세균들은 얼어 죽은 게 아니라 ‘동면(겨울잠)’ 상태로 버티고 있는 겁니다. 그러다 우리가 음식을 꺼내 실온에 두는 순간, 잠자던 세균들은 좀비처럼 깨어나 폭발적으로 증식하기 시작합니다.

더 무서운 건, 추위를 즐기는 놈들이 있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세균은 저온에서 맥을 못 추지만, ‘저온성 세균(Psychrophiles)’들은 차가운 냉장고 안에서 오히려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번식합니다. 이들이 바로 냉장고 식중독의 주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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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의 암살자 세균, ‘리스테리아균’

냉장고 위생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빠뜨리면 안 되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Listeria monocytogenes)’입니다.

이 균은 생명력이 정말 질깁니다. 영하 20도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으며, 영상 10도 이하의 저온에서도 아주 잘 자랍니다. 우리가 맹신하는 ‘냉장 보관’을 비웃는 균이죠.

주로 햄, 소시지 같은 가공육, 훈제 연어, 씻지 않은 채소, 그리고 유제품에서 발견됩니다.

이 균이 위험한 이유는 건강한 성인이 감염되면 가벼운 장염이나 독감 증상으로 지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임산부, 신생아, 노약자에게는 치명적입니다.

리스테리아균에 감염된 임산부는 유산이나 사산의 위험이 있고, 태아에게 수직 감염될 수 있습니다. 또한,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뇌수막염이나 패혈증을 일으키며, 치사율이 무려 20~30%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균입니다.

미국에서는 리스테리아균에 오염된 아이스크림이나 멜론을 먹고 사망자가 발생해 대규모 리콜 사태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냉장고를 맹신하다가 큰코다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냉장고 야채칸 : 흙 묻은 세균들의 파티장

여러분의 냉장고 야채칸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바닥에 말라비틀어진 파뿌리, 짓무른 양상추 조각, 양파 껍질이 굴러다니지 않나요?

야채칸이 집안에서 가장 더러운 곳으로 꼽히는 이유는 ‘교차 오염’ 때문입니다. 우리가 마트에서 사 온 대파, 감자, 당근에는 흙이 묻어 있습니다. 이 흙 속에는 퇴비에서 유래한 대장균, 살모넬라균, 기생충 알이 섞여 있을 수 있죠.

이걸 씻지 않고 그대로 야채칸에 넣으면, 흙 속에 있던 세균들이 떨어져 나와 야채칸 바닥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씻어 놓은 과일이나 다른 채소로 옮겨 갑니다. 시간이 지나 채소 찌꺼기가 썩어 물이 생기면, 그곳은 세균들에게 ‘워터파크’가 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야채칸 손잡이와 바닥은 변기 시트보다 훨씬 많은 세균이 득실거리고 있습니다.

얼음틀과 얼음의 배신

“냉동실은 영하니까 괜찮겠지?” 안타깝게도 얼음 역시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① 얼음틀의 검은 점 냉동실 구석에 박혀 있는 플라스틱 얼음틀을 꺼내보세요.

구석진 곳에 거뭇거뭇한 점이 보인다면, 그건 먼지가 아니라 ‘곰팡이 포자’입니다. 음식물 찌꺼기나 손때가 묻은 상태로 얼리면, 곰팡이는 얼음 속에서 죽지 않고 살아 있다가 얼음이 녹을 때 음료수와 함께 우리 몸속으로 들어옵니다.

② 냄새 먹는 얼음 얼음은 주변의 냄새를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습니다.

냉동실에 다진 마늘이나 생선과 함께 뚜껑 없는 얼음틀을 두셨나요? 그렇다면 그 얼음은 ‘마늘 세균 향 얼음’입니다. 냉동실 속 음식물 냄새 분자뿐만 아니라 부유하는 세균까지 얼음 표면에 달라붙습니다.

③ 얼음 정수기/제빙기 가정용 얼음 정수기나 제빙기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물이 나오는 노즐(토출구)은 항상 젖어 있고 온도가 비교적 높아서, 관리가 소홀하면 안쪽에 새카만 곰팡이가 피기 쉽습니다. 겉만 닦지 말고 노즐 안쪽을 면봉으로 닦아보세요. 까만 게 묻어 나온다면… 더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글을 마치며

우리는 ‘유통기한’에는 민감하지만, 정작 그 음식을 보관하는 ‘냉장고의 위생’에는 둔감합니다.

가족들이 배탈이 자주 나거나 장염에 잘 걸린다면, 음식점 탓을 하기 전에 우리 집 냉장고 야채칸 바닥을 먼저 확인해 봐야 합니다. 거기가 식중독의 발원지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까요.

지금 당장 냉장고 문을 열고 확인해 보세요. 짓무른 야채, 유통기한 지난 소스, 뚜껑 없이 방치된 얼음… 그것들을 정리하는 것이 우리 가족의 면역력을 지키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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