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속이 아프고 진물이 난다면? 무선 이어폰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정말 누구나 많이 사용하는 이어폰이 귀 속의 아픔을 유발할 수 있음을 오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다시 IT 기기의 세계로 돌아오겠습니다. 지금 주머니나 가방 속에 들어있는 하얀색(혹은 검은색)의 작은 콩나물, ‘무선 이어폰’을 꺼내보세요.
지하철에서, 카페에서, 심지어 일할 때도 우리는 이어폰을 꽂고 있습니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켜면 세상과 단절된 나만의 평온함을 주죠.
그런데 그 평온함의 대가로, 당신의 귓속에서는 끔찍한 세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이어폰을 뺄 때 유난히 귀가 간지럽거나, 냄새가 나거나, 노란 진물이 묻어 나온 적이 있다면… 당신의 귀는 지금 ‘외이도염’이라는 병에 걸려 비명을 지르고 있는 중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겉보기엔 세련된 최첨단 기기지만, 그 속은 귀지(Earwax)와 곰팡이로 뒤범벅된 무선 이어폰의 위생 실태를 해부해 보겠습니다.

귀 속이 아픈 이유: 무선이어폰?
요즘 나오는 무선 이어폰(에어팟 프로, 갤럭시 버즈 등)은 대부분 ‘커널형’입니다. 귓구멍(외이도)에 실리콘 팁을 꽉 끼워 넣어 소리가 새지 않게 막는 방식이죠.
이 밀폐 구조가 음질에는 좋을지 몰라도, 귀 건강에는 최악입니다. 이어폰을 꽂고 1시간만 지나도 귓속 환경은 급변합니다.
① 온도의 상승
기기 자체의 발열과 체온이 갇혀 귓속 온도가 올라갑니다.
② 습도의 폭발
땀과 분비물이 증발하지 못해 습도가 90% 이상 치솟습니다.
이 덥고 습한 환경은 곰팡이와 세균이 번식하기에 지구상에서 가장 완벽한 조건입니다. 마치 한여름 장마철에 젖은 양말을 신고 비닐봉지로 발을 감싼 것과 똑같은 상태가 귀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무선이어폰 노란 자국, 단순한 먼지일까?
이어폰을 귀에서 뺐을 때, 실리콘 팁이나 스피커 망(Mesh) 부분에 묻어 있는 노란 찌꺼기를 본 적 있으시죠? 대부분 손톱으로 쓱 긁어내고 다시 귀에 꽂습니다.
하지만 그 찌꺼기는 단순한 먼지가 아닙니다. [귀지(단백질+지방) + 땀 + 각질 + 세균]이 뭉쳐서 만들어진 ‘세균의 영양 덩어리’입니다.
특히 포도상구균과 녹농균은 이 영양분을 먹고 이어폰 표면에 끈적한 막(바이오필름)을 형성합니다. 우리는 이어폰을 케이스에 넣어 충전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따뜻한 충전 케이스 안에서 세균을 배양(Incubating)하고 있는 셈입니다. 다음 날 아침, 증식한 세균 덩어리를 다시 귓속 깊숙이 쑤셔 넣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무선이어폰 외이도염’이란? (IT 질병)
최근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이어폰 좀 그만 끼세요”라고 호소할 정도로 ‘외이도염’ 환자가 급증했습니다.
외이도는 귓구멍 입구부터 고막까지의 길을 말합니다. 이곳의 피부는 우리 몸에서 가장 얇고 예민한 부위 중 하나입니다. 오염된 이어폰을 꽂으면 세균이 감염을 일으키는데,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가려움증: 귀가 미치도록 가려워서 면봉으로 후비게 됩니다. (이때 상처로 2차 감염이 됩니다.)
- 진물과 악취: 염증이 심해지면 노란 진물이 나오고 퀴퀴한 냄새가 납니다.
- 통증과 먹먹함: 귀가 퉁퉁 부어올라 아프고 소리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심한 경우 곰팡이가 피는 ‘이진균증’으로 발전하여, 귓속에 거뭇거뭇한 곰팡이 포자가 가득 차는 끔찍한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샤워 후 무선이어폰 착용? 금지입니다
가장 위험한 습관이 있습니다. “샤워하고 머리 말리기 전에 이어폰 꽂기.”
샤워 직후 귓속은 물기로 젖어 있어 피부가 퉁퉁 불어있습니다. 방어막이 가장 약해진 상태죠. 이때 딱딱한 플라스틱 노즐과 오염된 실리콘 팁을 꽂으면? 불어터진 피부에 상처가 나고, 그 틈으로 세균이 침투합니다. 게다가 남은 물기가 갇혀서 귓속은 순식간에 곰팡이 천국이 됩니다.
제발 샤워 후에는 면봉으로 가볍게 물기를 제거하거나, 드라이기 찬바람으로 귀를 완전히 말린 뒤에, 최소 30분 뒤에 이어폰을 착용하세요.
과학적인 이어폰 청소법 (IT 덕후의 관리법)
비싼 이어폰, 고장 내지 않고 위생적으로 관리하는 방법 2가지를 알려드립니다.
① 실리콘 팁은 ‘물 세척’이 답이다
이어팁(실리콘 고무)은 본체에서 분리할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팁을 빼서 비누거품이나 바디워시로 씻어주세요. 기름기(개기름)와 귀지를 녹여내는 데는 비누가 최고입니다. 그리고 완벽하게 말린 뒤 끼우세요.
② 본체와 케이스는 ‘알코올’로 닦아라
물에 씻을 수 없는 본체와 충전 케이스 안쪽은 ‘알코올 스왑’이나 솜에 알코올을 묻혀 닦아야 합니다. 특히 충전 단자(금속) 부분 말고, 귀에 닿는 플라스틱 부분과 스피커 철망 부분을 꼼꼼히 닦아주세요. 유분기를 제거해야 세균이 살지 못합니다.
남의 귀에 꽂지 마세요 (세균 공유 금지)
“야, 이거 노래 좋다. 한번 들어볼래?” 친한 친구나 연인끼리 이어폰 한쪽씩 나눠 끼는 낭만적인 장면, 많이 보셨죠?
바이오 관점에서는 “내 귓속 세균과 곰팡이를 너에게 이식해 줄게”라는 의미입니다. 사람마다 귓속에 사는 상재균(Normal Flora)의 종류가 다릅니다. 남의 이어폰을 끼는 건 서로의 균 밸런스를 무너뜨려 외이도염을 유발하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칫솔을 빌려 쓰지 않듯이, 이어폰도 철저히 개인용으로 써야 합니다.
글을 마치며
우리는 이어폰의 음질과 노이즈 캔슬링 성능에는 수십만 원을 쓰지만, 정작 내 귀 건강을 위한 ‘청소’에는 1분도 쓰지 않습니다.
지금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귀에 닿았던 부분을 밝은 불빛 아래서 확인해 보세요. 누런 귀지와 번들거리는 기름기가 보이시나요? 그건 당신의 귀가 지금 병들어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오늘 퇴근길, 약국에서 천 원짜리 알코올 솜 하나 사서 이어폰을 닦아주세요. 깨끗해진 이어폰으로 듣는 음악은 더 선명하고, 당신의 귀는 더 건강해질 것입니다.